태권도 사범, 어떻게 부를 것인가?

2019-10-15     구남균 기자

 

태권도 사범에 대한 호칭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더니 급기야 국기원이 나서 명칭을 공모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태권도 사범에 대한 호칭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우선 다름 아닌 태권도 관장이라는 호칭 때문인 것 같다. 태권도 관장과 사범은 역할과 기능에 있어서 어떻게 서로 다른가? 태권도 지도자의 위계에 따른 사범인가, 아니면 사범인 동시에 도장 관리 주체로서 관장인가의 문제이다. 사실 관장은 태권도 한 지류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 사범에 대한 호칭이었다. 태권도가 하나로 통합되기 전 각 지류의 철학이나 기술적 특징과 구조 등의 차별적 특성에 따라 무덕관, 송무관, 지도관, 청도관 등과 같은 관들이 존재하였고, 그 관을 대표하는 리더를 관장으로 호칭하였다. 개별 도장의 책임 사범을 관장으로 호칭하면 초기 관장과의 개념적 혼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범의 지도 자질과 무관한 직무이므로 어쩌면 논외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국기원이 태권도 사범에 대한 호칭을 공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마 각급 사범에 대한 뚜렷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호칭을 정하여 부르는데 따른 오해나 갈등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4년차 사범에 대해서 한 도장에서는 그를 사범으로 호칭하는데, 다른 도장에서는 같은 사범을 수석사범, 중견사범, 총괄사범 등 한 단계 높여 부르거나 같은 경력 사범을 두고 어떤 도장에서는 관장이라 부르고 다른 도장에서는 수석사범이라고 부름으로써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오해나 갈등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기원으로서는 사범의 수련 정도나 지도 능력에 따른 합당한 호칭을 정해 일반화시킴으로써 사범 각자가 정당한 권위와 능력을 인정받도록 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범을 어떻게 분류하여 호칭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호칭을 공모하든 국기원이 사범의 호칭을 결정하는 한 태권도의 수련 정도를 대변하는 단 체계와 사범의 지도 자질이나 능력을 판단하는 태권도사범자격과정과 무관하게 호칭을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사범의 단과 자격과정의 이수 정도를 기준으로 위계를 정해 호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급 사범에 대한 호칭은 의외로 간단하게 결정될 수 있다. 현재 국기원은 3급 사범자격과정과 생활체육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4단 이상의 유단자에게 3급 사범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으며, 그 후 2급 과정이나 1급 과정을 이수하면 그에 따른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호칭을 부여한다면 4단 이상의 3급 사범을 ‘사범’, 6단 이상의 2급 사범을 ‘중견사범’, 8단 이상의 1급 사범을 ‘수석사범’으로 호칭할 수 있다. 또는 호칭의 선호에 따라 3급 사범을 ‘사범’, 2급 사범을 ‘수석사범’, 1급 사범을 ‘대사범’으로 호칭할 수도 있다. 도장의 필요에 따라 4단 이하의 유단자를 수습 사범으로 채용하는 경우 이들을 보조사범이나 부사범으로 호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태권도 사범의 호칭 체계는 “부사범(Instructor)-사범(Master)-수석사범(Chief Master)-대사범(Grand Master)” 등과 같이 상정할 수 있다.         
   어떤 호칭으로 어떻게 분류하던 ‘사범’은 태권도 사범이라는 직종의 대표 개념인 동시에 기본 호칭으로 3급 사범자격과정을 이수하고 소정의 시험에 합격한 사범을 말한다. 사범을 초급 사범 또는 초임 사범이라 호칭하지 않는 것은 오랜 기간 태권도를 수련하고 지도자 자격을 취득한 자질 있는 사범을 자칫 준비가 덜 된 미숙한 사범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사범’은 태권도사범 자격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4단 이하의 유단자로서 사범을 도와 수련생을 지도하는 수습 사범이라고 할 수 있다. ‘수석사범’은 2급 사범 과정을 이수하고 높은 지도적 자질과 도장 운영 능력을 갖추고 태권도 사범의 중간층을 형성하면서 장차 최고의 사범을 지향하는 사범이다. ‘대사범’은 국기원이 개설한 사범자격과정 모두를 이수한 최고위 사범으로서 가장 권위 있는 사범이다. 즉, ‘대사범’은 충분한 태권도 수련 경험과 지도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도덕성을 신장시키며 많은 태권도 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성대한 사범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범을 어떻게 호칭할 것인지를 논하는 것보다 실로 더 중요한 것은 사범이라는 직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태권도 교육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교수도 직급에 따라 조교수, 부교수, 교수 등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일상적 호칭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 태권도 원로사범께서 “그냥 ‘사범’으로 불러주세요. 그보다 더 좋은 호칭이 있나요?”라고 반문하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사실, 師範이란 말은 중국 남송시대 고종이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를 평하면서 그의 삶이 학위인사(學爲人師), 행위세범(行爲世範)이었다고 극찬했던 글에서 유래되었다. 사범은 다른 사람을 가르칠 것을 생각하며 배워야 하고, 행실은 배우는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 사범의 구체적인 호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범들이 사범이라는 직업적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 있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